깊이 깊이 후회해
너를 사랑했던 것
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
너에게 내 시를 보여주었던 것
너랑 영화관에 갔던 것
너에게 「살아남은 자의 슬픔」을 사주었던 것
네 품에서 알몸이 되었던 것
아무렇게나 던져진 텅 빈 우주에 너를 초대했던 것
너와 함께 비엔나의 숲속에서 치즈버거를 먹었던 것
너에게 가장 친한 내 친구를 소개했던 것
너 때문에 비 내리는 센강에서 울었던 것
너 때문에 불같이 타오르는 꽃잎 하나가 내게로 떨어졌던 것
너의 모든 말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환하게 웃었던 것
네가 한 모든 약속을 모래로 가득채워 흘려버렸던 것
너를 떠나보내기 위해 나보코프를 읽으며 모나코 나비를 찾아 헤맸던 것
그러고도 네 꿈을 자주 꾸었던 것
그러고도 너와 함께 잘 먹던 꼬투리 완두콩을 아직도 좋아하는 것
그러고도 이런 시를 쓰고 있는 나
그 모든 것을 후회해
깊이 깊이 후회해
/김상미, 반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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